오늘은 놀 토였습니다. 늦잠을 자다 마누라 전화소리에 눈을 뜬 시간이
인테넷으로 점검해 보니 금곡역에서
시간이 촉박해 아침도 먹지 못한 체 택시를 타고 기차역엘 갔습니다.
배고프다고 불평해 대는 딸내미를 위해 역 앞 조그만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물과 과자를 사 함께 대합실에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낮 선 승강장을
그런데 그 기다림이 버스 터미널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소란과 서두름과는 다르게 여유와 설렘과 약간의 기다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기차가 도착했고 앉을 자리가 없어 가평까지 서서 가기로 했습니다.
기차 안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유니폼 같은 활동복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외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쉴 새 없이 재잘거리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웃어대며 즐거워합니다. 어떤 놈들은 벌써 지쳐버렸는지 부모님 무릎 위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가벼운 소란 같은 것이 객실을 채우고 있었지만 지하철에서 만나는 무표정하고 피곤한 얼굴들은 그곳에선 눈에 띠지 않습니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 때문이겠지만 넓은 공간과 부드러운 운행 또한 사람들을 여유롭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습관적으로 무언가 붙잡을 걸 찾았습니다.
전철이나 버스에 익숙해져 승차 시 무언가 붙잡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붙잡을 만한 마땅한 게 없어 의자를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이건 버스나 전차가 아니란 걸.
나를 붙들어 맬 별 다른 보조기구가 필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불안스럽게 붙잡을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승용차로 수도 없이 달린 길 인데 기차를 타고 바라보니 그 길이 전혀 낮 설게 보였습니다.
조금은 떨어져서 혹은 높거나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승용차 안에서 바라보던 세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볼 수 없었던 담 너머 사람들 사는 모습이 숨김없이 보였습니다. 가려진 장막 같은 것을 벗겨내고 바라보는 세상은 한결 정겹고 친숙해 보였습니다. 기차는 철로 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이곳 저곳 보여주며 느긋하게 달려갑니다.
가평 역은 한가했습니다.
대합실엔 약간의 사람들이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역 앞 작은 광장엔 강렬한 조명만금이나 밝게 가을 볕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아들과 딸애 손목을 잡고 역 근처 치킨 집을 향했습니다. 빠른 시간에 대충 허기를 때울 수 있겠다 싶어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내가 원하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5분 안에 주문자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의 공식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늙은 노부부 두분 이서 주문 받자 그때부터 무언가 주방시스템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가볍게 먹고 빨리 출발하겠다는 계획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가을 볕을 맞으며 치킨 냄새와 함께 조그마한 시내를 걸어 마누라가 근무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눌님은 우리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엄청 바빠 공휴일인데도 일을 해야만 하나 봅니다. 우린 승용차를 이용해 먼저 관사엘 갔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의 관사가 어떤 곳 인지 무척 궁금해 했기 때문입니다.
관사에서 내려다 보는 시냇물이 눈부셔 아들하고 가볍게 물가를 산책했습니다.
마누라가 업무를 끝낼 시간이 많이 남아 우린 연인산을 갔습니다. 계곡안쪽으로 수많은 팬션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길가엔 빨 갖게 익은 사과들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여름이 지난 초가을의 계곡엔 사람들이 드물었습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아무 곳이나 차를 몇 번씩 세우고 아이들과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계곡 이곳 저곳에서 한참을 놀고 나서 마눌님께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업무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린 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용추계곡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서 신발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근 체 서늘한 바람과 조용한 물소리 그리고 여름의 이쉬움이 묻어나는 숲속을 즐겻습니다. 한 여름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길가에 차를 아무렇게나 세워두고 별다른 방해 없이 내 편한 대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흔한 행운은 아닙니다.
배고픈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닭갈비를 하는 곳인데 전에 한번 들려 봤던 곳입니다. 늦은 점심을 먹으로 식당에 들어가니 손님은 우리뿐이었습니다. 당연히 귀한 대접받으며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드디어 마눌님께 전화가 왔고 아들과 딸 그리고 아버지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기를 기대하며 우린 서둘러 구리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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